데이터가 설명하지 못한 건강, ‘영적 건강’과 건강지능(HQ)의 시대
-한 줄 요약-
진정한 건강은 데이터 수치를 넘어 삶의 목적을 찾는 영적 건강과 자신을 통합적으로 해석하는 건강지능(HQ)을 갖출 때 완성됩니다.
아침이면 스마트워치는 수면의 질과 산소포화도를 소수점 단위로 보고합니다. AI는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오늘의 식단을 추천합니다. 바야흐로 데이터 헬스케어의 시대입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건강에 집착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공허합니다. 신체 지표는 정상 범위에 있지만 삶은 버겁고, 혈당은 안정적인데 마음은 늘 허기집니다. 문제는 데이터가 아니라 건강을 이해하는 틀에 있습니다.

1948년 세계보건기구(WHO)는 건강을 “신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완전히 안녕한 상태”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는 지금까지도 중요한 기준으로 기능해 왔지만, 21세기의 삶을 충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신체적 안녕은 보여주기 위한 몸으로 변질되었고, 사회적 안녕은 경쟁에서의 생존 능력으로 축소되었으며, 정신적 안녕마저 증상 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가장 큰 결핍은 ‘의미의 부재’입니다.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유지되는 건강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습니다. 이 지점에서 주목해야 할 개념이 ‘영적 건강(Spiritual Health)’입니다.
영적 건강은 특정 종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목적과 존재의 가치, 그리고 나와 세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의미합니다. 세계보건기구가 한때 이를 건강의 정의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진정한 건강은 단순히 병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인간의 모든 차원이 통합적으로 작동하는 ‘온전함(Wholeness)’의 상태입니다. 몸과 마음, 관계와 의미가 하나의 흐름을 이룰 때 신체의 항상성도 유지됩니다. 이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이 바로 ‘건강지능(Health Quotient, HQ)’입니다.

HQ는 의학 지식의 양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해석하는 능력’입니다. 내 몸의 신호를 자각하고,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나에게 맞는 맥락을 읽어내며, 나의 건강이 타인과 사회로 확장되어 연결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힘입니다.
HQ가 높은 사람은 병원과 헬스장을 전전하지 않습니다. 운동을 하며 호흡을 관찰하고, 관계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며, 삶 전체를 하나의 건강한 리듬으로 통합합니다.
물론 건강을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습니다. 경쟁과 고립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개인의 영적 건강은 쉽게 소진됩니다. 그래서 건강지능의 마지막 단계는 ‘연대’입니다. 나를 돌보는 능력이 타인을 돌보는 윤리로 확장될 때, 사회 역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기술의 정점에 선 지금, 우리는 다시 가장 오래된 질문 앞에 서 있습니다.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쩌면 새로운 건강의 기준은 검사실의 수치가 아니라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고요한 순간에 존재할지도 모릅니다. 이제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건강지능은, 안녕합니까?’
[최윤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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